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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 | 이다원 인턴기자] "내 딸이 죽었어요. 그놈들은 성폭행을 한 게 아니라 살인을 했습니다"


극 중 성폭행 후유증으로 자살을 선택한 '보라'의 엄마 송미경(김미경 분)의 한 마디가 MBC '보고싶다'의 러브라인을 집어삼켜 버렸다. 이 드라마는 멜로가 아닌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휴먼드라마였다. 그리고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한정우(박유천 분)·이수연(윤은혜 분)이 아닌 성폭행 피해자 엄마들의 애끓는 모성애였고 피해자들의 아픔이었다. 


12일 오후 방송된 '보고싶다'에서는 송미경(김미경 분)이 '강상득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결국 검거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건 송미경과 또 다른 성폭행 피해자 수연의 엄마 김명희(송옥숙 분)의 피맺힌 대사들이었다.


자신의 딸을 대신해 가해자 강상득과 또 다른 공범을 처단한 송미경은 경찰에 호송되는 도중에 마스크를 벗고 당당하게 얼굴을 노출했다. 그는 딸의 원수를 죽였지만 티끌만큼도 가책을 느끼는 기색 없이 그들이 딸을 죽였노라고 기자들에게 고했다. 



그의 검거 소식을 들은 김명희(송옥숙 분)는 송미경이 제 딸을 대신해 복수했다는 생각에 이내 경찰서로 달려왔고, 두 사람은 취조실에서 마주하게 됐다. 김명희는 송미경을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다가 감사의 인사 대신 정성스레 준비한 도시락을 내놓았다. 수갑을 찬 채 김명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송미경은 "이상하죠? 이러고 있는데 마음은 참 편하네요"라고 먼저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 말에 김명희는 "보라 어머니.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울먹이다가 "고맙습니다. 나대신 (복수)해준 것 고맙고 나대신 벌 받는 것 같아 미안하고"라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이어 김명희는 송미경의 두 손을 맞잡으며 "그래도 죽이지는 말지"라고 오열해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또 보라가 자살하기 전 마지막으로 쓴 편지 내용이 아역배우 김새론의 목소리로 전달되면서 성폭행 피해자들의 아픔도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보라는 '엄마, 미안해'로 시작된 그 편지를 통해 "엄마가 밤늦게 다니지 말랬는데 못 지켜서 미안해. 엄마가 그랬지? 교통사고 같은 거니까 좀 있으면 나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그게 안 돼. 미안해. 난 자꾸 나쁜 꿈을 꿔. 소리치고 울어서 엄마 잠도 못 잤지? 미안해"라며 가슴 아픈 사과를 했고 "그 사람들이 5년 뒤면 교도소에서 나온대"라고 말해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통을 현실적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멜로를 과감히 버리고 사회 문제를 선택한 '보고싶다'는 오히려 그 용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더욱 큰 공감을 끌어올 수 있었다. 


edaone@medi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닷컴 연예팀 ssent@media.sportsseo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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